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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양연화 : 정보 줄거리 출연진 그리고 리마스터링으로 본 왕가위 감독의 세계

by 양지랜드 2024.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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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이미지, 화양연화 :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

 

ㅇ개봉 : 2000.10.21 / 리마스터링 개봉 2020.12.24

ㅇ장르 : 드라마, 멜로, 로맨스

ㅇ감독 : 왕가위

ㅇ출연 : 장만옥, 양조위 

ㅇ러닝타임 : 99분

ㅇ줄거리 

 1962년 홍콩, 같은  날 두 부부가 이사를 합니다. 무역회사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는 소려진(장만옥) 부부와 지역 신문사에서 편집기자로 일하고 있는 주모운(양조위) 부부입니다. 소려진의 남편은 일본으로 출장을 자주 갑니다. 주모운의 아내도 호텔에서 일하는 관계로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습니다. 퇴근 후 홀로 있는 시간이 많은 주모운과 소려진은 집 근처 골목에서 자주 마주치고 이웃으로 가까워집니다. 

 소려진의 남편이 다시 일본으로 출장을 갔습니다. 주모운은 아내가 야근을 한다고 거짓말 한 사실을 알고 갑갑함을 느낍니다. 그러던 중 주모운은 소려진이 자신의 아내와 같은 핸드백을 가지고 있는 것을 봅니다. 소려진 역시 주모운이 남편과 똑같은 넥타이를 착용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둘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그동안의 여러 정황과 소품을 통해 자신들의 배우자가 불륜을 하고 있음을 알아챕니다. 

 소려진 남편의 일본출장은 길어지고, 주모운 아내는 아픈 어머니를 돌보러 간다며 집을 비웁니다.  얼마 뒤 주모운은 아내가 보내온 편지에 일본 우표가 붙어있는 것을 보고 소려진 남편과 함께 있는 것을 확신하며 감정이 극에 달합니다. 둘은 배우자의 배신에 아픔을 느끼며 유대감이 깊어집니다. 

  주모운은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무협 소설 집필을 시작합니다. 평소에 무협 소설 읽는 것을 좋아하던 소려진은 그를 돕습니다. 두 사람은 주변인들이 의심하는 것을 피해 매일 동방호텔의 2046호실에서 만나 소설을 쓰며 저녁 시간을 보냅니다.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가까워질수록 둘은 감정의 혼란을 느낍니다. 
  주모운과 시간을 보내느라 소려진이 매일 저녁 늦게 들어오자 집주인인 손 부인은 소려진에게 충고를 가장한 일종의 경고를 보냅니다. 소려진은 주모운과 거리를 두려 합니다. 만나지 못하게 된 두 사람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서로를 떠올리며 외롭게 지냅니다. 떨어져 있을수록 서로에 대한 감정은 커지지만 감정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둘은 그들과 다르다며 자신들의 감정을 단속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결국 주모운은 둘을 위해 싱가포르로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주모운과 소려진은 이별 연습을 하기로 합니다. 골목에서 이별 연습을 하다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끌어안습니다. 주모운은 떠나고, 소려진은 떠나는 주모운을 끝내 잡지 못합니다. 소려진은 함께 시간을 보냈던 장소인 동방호텔 2046호에 혼자 앉아 눈물을 흘립니다.
  1963년, 주모운을 잊지 못한 소려진은 주모운이 살고 있는 곳으로 찾아옵니다. 주모운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소려진의 실내화가 사라지고 재떨이에 립스틱 묻은 담배꽁초가 생긴 것 등을 통해 소려진이 자신을 찾아왔다는 것을 눈치채지만, 두 사람은 끝내 만나지 않습니다.
  1966년 홍콩. 소려진의 집주인이었던 손 부인은 미국에 있는 딸에게 가기 위해 집을 정리하게 됩니다. 배표를 주기 위해 찾아온 소려진과 함께 살았던 시절을 이야기며 그때가 좋았다는 대화를 합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소려진은 남몰래 눈물을 흘립니다. 홍콩으로 돌아온 주모운은 예전에 세 들어 살던 고씨의 집을 찾아갑니다. 고씨네 가족과 옆집에 살던 손 부인네 가족이 이미 이사를 한 것을 알고 발걸음을 돌립니다. 주모운은 소려진이 살던 옆집을 잠시 바라보다 자신의 화양연화가 지나갔음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1966년의 캄보디아.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 온 주모운은 벽에 난 구멍에 대고 여전히 소려진을 잊지 못했으며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는 마음을 털어놓습니다. 

2. 화양연화 리마스터링

  화양연화는 첫 개봉 후 20년이 지난 2020년에 리마스터링 개봉을 하였습니다. 리마스터링이란 기존 콘테츠가 가지는 화질이나 음질상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더 나은 품질의 콘텐츠로 재생산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때 프로듀싱 과정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리메이크와는 달리 기존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원작에서 벗어나지 않고 품질의 향상에만 기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왕가위 감독은 그의 작품을 리마스터링 할 때, 품질 향상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던 듯합니다.  2020년 화양연화 리마스터링은 왕가위 감독 작품의 배급사 '야누스 필름', 미국 블루레이 제작사 '크라이테리온 컬렉션(The Criterion Collection)'과 이탈리아의 필름 복원 명가 '르 이마지네 리트로바타(L’Immagine Ritrovata)'가 협업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입니다. 리마스터 대상 작품은 <열혈남아>, <아비정전>, <중경삼림>, <타락천사>, <해피 투게더>(춘광사설), <화양연화>, <에로스> 감독판까지 총 7편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리마스터링 패키지는 ‘더 월드 오브 왕가위’라고 명명했습니다. 왕가위 감독의 세계를 업그레이드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던 셈입니다. 왕가위 감독은 프로젝트 결과물과 함께 발표문도 내놓았습니다. 왕가위 감독은 영화를 복원하면서 처음 제작 의도 대로 복원할 것인지, 관객이 기억하는 작품을 유지하며 복원할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결국 전자를 선택했으며 자신이 생각한 비전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영화를 복원했습니다. 화면 비율이 달라진 영화도 있으며, 크레디트를 새로 만들어 복원버전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였다고 합니다. 작품과 팬을 대하는 자세가 특별합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리마스터링 버전을 보면서 왕가위 감독의 심오한 의도를 모두 캐치해 내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이 영화를 OTT에서 좋은 화질로 다시 편하게 감상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다시 보기 후 여러 자료를 찾아보며 왕가위 감독의 의도를 접하니, 의도를 생각하면서 한번 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3. 영화 속 화양연화, 인생 속  화양연화 

  화양연화는 꽃과 같이 아름다웠던 시절을 뜻합니다. 영화에서는 두 주인공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나누던 시절을 상징합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 시절이 배우자에 대한 배신감으로 힘들었던 때라는 점입니다. 아픈 시기에 자기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아준 상대가 있었다는 점이 아름다웠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는 독특한 카메라워크와 미장센으로 유명합니다. 이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들이 화면 가득 시원하게 보이는 경우가 적습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소려진의 모습 정도가 예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두 주인공은 줄곧 프레임과 벽, 창틀에 갇혀 있는 듯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소려진과 주모운이 함께 있는 장면에서 엿보는 듯한 느낌으로 영화를 보게 됩니다. 또한 그들의 배우자는 목소리와 뒷모습만 등장할 뿐 함께 있거나 마주 보고 대화하는 모습이 나오지 않습니다. 배우자의 얼굴을 보여주면서 다투고 소리치는 장면이 나와야 속이 시원할 텐데 이 영화는 결코 그런 장면이 없습니다. 주모운과 소려진은 배우자에게 제대로 따지지도 못하고,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서로 상황극 속에서 나눌 뿐입니다. 이런 연출을 통해 감독이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이었을지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했습니다. 분명 의도가 다분한 연출인데 의도가 무엇일까. 저는 '불륜이라는 프레임에서 두 주인공을 자유롭게 하고 인간 내면의 갈등에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저만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들의 배우자가 화면을 채우고 네 명의 남녀를 보게 되면 주모운과 소려진의 내면에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불륜 커플의 모습에 관심을 기울 일 수도 있고, 원래 부부 관계는 어떻게 될 지에 대해 호기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영화에서 말하려고 하는 것만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또한 소려진과 주모운 배우자들이 함께 있는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소려진과 주모운의 대화와 정황으로 그들의 관계가 드러나는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인공들의 사랑이 더 가슴 아프게 느껴지고, 이루어지지 않음을 아름답게 여기는 것일지 모릅니다. 여러 효과들로 주인공의 모습이 아련해서 화양연화라는 영화 제목과 완벽하게 어우러집니다. 

 

   화양연화 花樣年華! 누구에게나 화양연화는 있습니다. 인생에서 화양연화는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처럼 누군가를 가슴깊이 사랑했던 시절일 수도 있고, 기억에 남는 어떤 시절 일 수도 있습니다. 힘들었지만 돌이켜 보니 화양연화였구나 하는 시절도 있을 수 있겠죠. 

  이틀 전, 어린 시절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이었던 귀한 친구들입니다. 20대 후반 이후로는 각자 사는 곳도 다르고 바쁘게 지내느라 10년 정도 만나지 못했던 시간도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어색함이라곤 전혀 없이 그 시절로 돌아가 모두 소녀가 되었습니다. 몰래 놀러 갔다가 들켜서 혼났던 일, 처음 술을 마셨던 날, 정말 싫었던 선생님, 보고 싶은 선생님, 연락이 끊긴 친구, 함께 듣던 노래와 좋아하던 가수 등 이야기할 거리가 아직도 많습니다.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잊지 않고 "너 그때 그랬잖아!" 라며 지난 이야기를 해 주는 친구들이 너무 소중합니다. 열어 보지 않았던 오래된 연애편지를 뜯는 기분이랄까요. (있을 리가 없지만) 고등학교 시절 입시라는 무거운 철문을 앞에 두고 격려하던 예쁜 시절, 저의 화양연화임이 분명합니다. 앞으로 소중한 친구들과 더 예쁜 꽃을 매년 피우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화양연화는 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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